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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윤재와 곤이는 이제는 행복할까? "아몬드"

by 소스틴 2023.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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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면서

아몬드라는 책은 몇 년 전에 어느 유투버가 책소개 하는 영상을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소설보다는 정보성 위주의 책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읽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다만 무표정한 소년이 그려져 있는 책 표지만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내가 자주 가는 북카페가 있는데, 그 카페의 책 진열대에 몇 년이 지나도 이 '아몬드'라는 책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책이 계속 잘 나가는 것 같았다. 독서력을 키우고 싶기도 했고, 정보성 위주의 책은 약간 질리기도 했어서 드디어 이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다만 내가 책을 샀을 때에는 표지가 소년의 뒷모습으로 바뀌어있었는데, 작가의 말을 보니 소년의 표정은 독자에게 남겨 놓는다는 의미로 일부러 바꾼 듯하다. 

문장이 짧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다 읽는데에는 며칠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음 챕터가 궁금해 책을 내려 놓는게 아쉬울 정도로 몰입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완독

 

2. 책 소개 (스포 있음)

1부: 이 책의 주인공인 윤재는 아몬드를 닮은 편도체에 문제가 있어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다. 윤재의 엄마는 윤재의 편도체가 나아지기를 바라며 매일매일 아몬드를 먹인다. 그리고 각각의 사회적인 상황에 대해 알려주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등을 일일이 알려준다. (여기서 금쪽이 생각난 건 나뿐인가...?ㅎㅎ) 윤재의 엄마는 윤재의 아빠를 만났을 때 엄마(할멈)와 싸워 집을 나간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윤재의 아빠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엄마는 윤재를 혼자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버티다가 결국 본인의 엄마(할멈)에게 연락한다. 그렇게 윤재는 엄마, 할머니와 살게 된다. 그러다가 윤재의 생일인 크리스마스이브에 다 같이 외식을 하게 되는데, 거기서 어떤 미친놈을 만나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죽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된다. 그 모습을 전부 보고 있던 윤재는 여전히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2부: 엄마는 살아생전 위층의 심박사에게 본인이 없으면 윤재를 잘 부탁한다는 신신당부를 했다. 윤재가 혼자가 된 이후 심박사는 윤재를 잘 돌봐준다. 그리고 윤재는 곤이를 만난다. 곤이는 윤재를 괴롭히지만 그와 동시에 그 괴롭히는 행위 때문에 무척 괴로워 보인다. 윤재는 감정을 느낄 수 없어 곤이가 원하는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윤재와 짧은 인생을 살면서 너무 많은 것을 느껴 화로 가득찬 곤이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편견 없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3부: 도라가 처음 등장한다. 윤재는 도라를 통해 '꽃과 향기, 바람과 꿈'을 배웠다고 묘사한다. 그리고 이성적에 대한 관심이라는 걸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야기는 학교로 돌아가 수학여행 때 회비를 누군가 훔쳤는데 아이들은 모두 곤이가 그랬다고 얘기한다. 나중에 밝혀진 건데 그건 곤이가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아이가 '재미로' 누군가에게 누명을 씌우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도(곤이의 아빠를 포함하여) 곤이가 그랬다고 하는데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없다. 곤이는 윤재에게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고 하며 그냥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대로 살겠다고 한다. 그리고 떠난다. 

4부: 윤재는 곤이를 찾으러 떠난다. 그리고 곤이의 친구? 였던 찐빵을 통해 곤이가 철사에게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철사가 산다는 장소로 찾아간 윤재는 곤이를 데리고 가려고 하지만 철사를 맞닥뜨리게 되고, 철사는 곤이를 데리고 가려는 윤재를 무자비하게 팬다. 철사는 결국 곤이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 칼마저 윤재가 대신 맞는다. 윤재의 의식이 서서히 사라지며 병원에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윤재가 쓰러진 이후 경찰이 들이닥쳤고 윤재는 병원에 입원, 곤이는 심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철사는 재판으로 넘겨졌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식물인간에서 깨어난 엄마를 만나 눈물을 흘린다. 

 

3. 책을 다 읽고

나는 등장인물 중 누구보다 곤이에게 많이 애착이 갔다. 어릴 적에 엄마손을 놓친 아이가 약 10년이 지난 후 돌아왔는데, 품행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인사할 기회도 얻지 못했으며 아빠는 이 아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하지도, 물어보지도 않는다. 곤이는 약해보이기 싫어 센척하지만 사실은 정말 마음이 여린 착한 아이다. 그래서 윤재에게 공감 능력을 길러준 답시고 살아있는 나비를 해체할 때 곤이는 몹시 울었다고 한다. 윤재가 곤이의 진짜 모습을 발견해 가는 과정은 나를 반성하게 했고, 곤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며 곤이를 찾으러 떠날 때 나는 윤재에게 정말 고마웠다.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엄마와 할머니에게 사랑을 받으며 컸다. 그 큰 사랑이 윤재의 바탕이 되었고, 그런 긍정적인 기억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이해하기를 포기한 곤이를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었고,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내가 현실에서 곤이같은 아이를 만난다면 나는 이 아이를 선입견 없이 바라보며 이 아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일 수 있을까.... 세 번째 작가의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청소년은 그 경계선에 자리한, 서서히 닫혀 가고 있는 동시에 여전히 충분히 열려있는 문 앞의 존재들이다.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서거나, 온전한 처음으로 얼마든지 돌아갈 수도 있는 묘한 지점에 불안하게 서 있다. 

많은 청소년 범죄를 보면서 나도 많이 삭막해져 있다. 여전히 소년범죄에 대해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용서받을 수 없고 그 죗값은 달게 치러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통해 마음속에 그들에 대한 작은 연민과 관심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이 책 어디에선가 이런 구절이 나온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아직도 궁금한 점은 윤재와 곤이는 이제 행복할까 라는 것이다. 윤재는 곤이와 도라를 만나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감정의 물꼬가 조금은 트인 듯한데 곤이는 그 이후 아빠와의 관계는 회복이 됐을지, 모든 것을 향한 적개심과 분노는 가라앉고 평온을 찾았을지 궁금하다. 윤재가 행복과 기쁨, 슬픔 등 감정을 느끼며 풍부하게 살 수 있길, 그리고 곤이는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평안함에 이르길 바란다. (작가님 제발 후일담 좀 간략하게라도 써주시면 안되나요...ㅠㅠ)


아래는 기억 속에 오래 저장하고 싶은 부분 몇 개를 써보았다.

 

 

곤이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단순하고 투명했다. 나 같은 바보조차 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세상이 잔인한 곳이기 때문에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 애는 자주 말했다. 그게 곤이가 인생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우린 서로를 닮을 수는 없었다. 나는 너무 무뎠고, 곤이는 제가 약한 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센 척만 했다.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 두려움도 아픔도 죄책감도 전부 못 느꼈으면 좋겠어....
눈물 섞인 목소리였다. 나는 조금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기엔 넌 너무 감정이 풍부하거든. 넌 차라리 화가 나 음악가가 되는 편이 더 어울릴걸. 
곤이가 웃었다. 물기 어린 웃음을.

 

새벽녘이 되도록 의식이 또렷했다. 곤이한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미안하다고.
네 엄마 앞에서 아들인 척해서. 내게 다른 친구가 생긴 걸 말하지 않아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는 안 그랬을 거리고, 나는 너를 믿는다고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나중에 사람들은 내게 왜 그랬느냐고, 왜 끝까지 도망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제일 쉬운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낸 채 그저 흘러간다.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이미지 출처는 핀터레스트입니다. 문제 시 삭제할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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