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별거 없는 미국 이민 정착기
2023년 10월 13일 댈라스 랜딩을 시작으로 오늘 딱 미국 이민 한 달 차가 됐다. (이 글을 쓰는 현지 시각: 2023년 11월 12일 오후 11시 즈음) 남편이 미국인인 덕분에, 그리고 남편이 나보다 약 8개월 먼저 미국에 와서 집이나 차 등 상당 부분 해결해 놓았기 때문에 사실 내 이민 정착기는 한국인 2명 커플의 이민보다 훨씬 더 수월했다. 이민은 초반 1년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미국의 느린 행정 처리에 속이 좀 터질 뿐 아직까지 그렇게 힘든 점은 없었다. 별거 없는 일상이었지만 이런 사소한 기록도 언젠가 나한테 도움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포스팅을 시작해 본다.
2. 현재 거주지
군인이라는 남편 직업 때문에 현재 우리는 부대 주변에서 살고 있는데, 현 거주지는 텍사스의 Killeen이라는 작은 시골 도시이다.
한 달을 살면서 본 Killeen은 사는데 필요한 건 다 있는 나름 편리한 시골 도시이다. 물론 부자 동네처럼 건물들이 화려하고 멋지진 않지만 텍사스 중부에 위치해서 오스틴 등 대도시를 가는데 1~2시간이면 갈 수 있고 내가 사는 동네는 깨끗하기도 하다. 실제로 뉴스에 따르면 Killeen은 처음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의 땅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위에 말한 것처럼 대도시에 대한 접근성, 다른 지역에 비해 아직 많이 오르지 않은 집값, 성장하는 커뮤니티, 예상되는 연간 성장률이 7.7%(?), 시골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에서나 볼법한 물건들을 쉽게 살 수 있다는 점 등이 있다. 가끔 다른 동네로 놀러 가면(e.g. Georgetown) Killeen의 후짐을 느끼긴 하지만 그래도 젊은 나이에 첫 정착지로 삼기에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Killeen이 범죄율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고, 자동차 사고도 다른 지역보다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란다. 자동차 사고는 도로에 차 파편이 많이 굴러다녀서 약간 예상하고 있었는데 범죄율이 높다고 해서 조금 놀랐다. 남편이 나랑 같이 산다고 고심해서 안전한 동네로 집을 계약해 놨고, 덕분에 내가 Killeen의 무서움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스틴아 고마워...🤓)
진짜 돈 모아서 Killeen에 집을 살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물론 돈도 없음...😉) 미국 도시 어디든 완벽하게 안전한 도시는 없을 것 같으니 정말 여기에 집을 사게 된다면 안전한 동네로 잘 알아보고 사야지.
3. 한 달간의 로그
- F45 체험: 3일 체험권으로 주말 동안 F45 Georgetown 가서 운동했다. 크로스핏보다 less intense 하다고는 하는데, 나는 이것도 충분히 힘들었던 것 같다. 근데 중량을 늘리거나 풀업, 토투바 등 좀 더 운동 수행 능력에 초점을 두고 운동하고 싶다면 확실히 크로스핏이 더 나은 것 같긴 함.
- 크로스핏 등록: 크로스핏 본토인 미국까지 와서 멈출 순 없다는 일념으로 제일 먼저 찾아봤다. Drop-in으로 2군데 가보고 마음에 드는 곳으로 결정함. 현재 다니고 있는 곳은 Copperas Cove에 있는 곳으로 2주 무료 체험권까지 야무지게 받아 쓰고 3개월 회원권 끊었다. Military spouse 라 50% 할인도 받았음! 😊
- Local public library 카드: 걸어서 15분 정도 가면 Local public library가 있는데 책, DVD 등 빌릴 수 있는 카드를 만들었다. 카드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ID와 거주지 증명으로 ID는 Military ID로 제출했고 거주지 증명은 영수증 Statement로 제출했다. 여담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집 렌트 계약서 부록에 내 서명만 있고 주소가 안 나와있어서 약간 애먹었다. 집으로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혹시나 싶어 이번 달 렌트비 statement를 확인해 봤는데 다행히 주소가 나와있어 그걸로 증명 완료. 시카고에서도 느꼈지만 미국은 도서관에 가면 책 이외에 커뮤니티에 관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ESL for professionals, TOEFL 강좌 정보 등을 찾아서 컨택해 봤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등록이 다 마감됐더라는... 24년 1분기에는 영어 수업도 듣고 친구도 만들고 싶다.
- SSN 카드 발급: 기다리다 지쳐 SSA Goergetown으로 예약 방문하여 SSN신청 완료! 아직 카드는 받지 못했지만 아마 이번주에는 오지 않을까 싶다. 관련 포스팅은 아래를 참고.
2023.11.04 - 미국 정착기: 온라인 예약하고 대기 시간 없이 Social Security Number(SSN) 발급받기, 긴 글 주의 (SSA 방문 2023.11.03)
4. 한 달 차 느낌
적고 보니 정말 별거 없다. 매일매일 하고 있는 주부놀이(e.g. 설거지, 요리, 집안 정리 등)를 제외하고 내가 주기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은 블로그 포스팅, 운동뿐인 듯하다. SSN카드 받고 운전면허증까지 교환하고 나면 뭐가 좀 바뀌려나? 빨리 차도 사고 싶다. 남편한테 100% 의지하며 이동하려니 편하기도 하지만 답답하기도 하다.
이번주 화요일에는 Military spouse들에게 제공되는 benefit 중 하나인 MyCAA 관련 Career counseling을 받기로 했다. 내일은 상담받을 내용 정리도 좀 해보고 미군 배우자들한테 제공되는 혜택도 좀 찾아봐야겠다. 혜택이 참 많은데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그게 그거 같기도 하고, 모두가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해놓고 막상 찾아보면 자격 조건이 까다로운 것 같기도 하다. 일단 먼저 정리를 좀 해보겠음.
텍사스는 보수적인 주라 뭔가 나의 편협한 시각으로는 인종차별도 간간히 있을 것 같았고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을 것 같았는데 정말 나의 착각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만난 텍사스 사람들은 정말 착했고, 내가 뭔가 찾고 있는 것 같으면 찾는 게 뭔지 먼저 물어보기도 하고 도움도 많이 주려고 하고... 이민 왔다고 하면 Welcome이라고 말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마음도 Texas size 인 듯.❤️)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미국 와서 생긴 새로운 취미는 하늘 보기인데 하늘이 정말 장난 아니게 이쁘다. 건물들은 낮은데 땅도 넓어서 하늘이 꼭 손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고 특히 구름 모양이 진짜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다양한 모양의 구름들이 하늘에 낮게 떠다니는데 진짜 '하늘만 보고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싶을 정도로 너무 예뻐 감탄하게 된다. 바람이 적게 불어서 그런가 어떻게 구름이 이렇게 예쁠 수 있지....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구름 사진으로 끝!